「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 / 18FEB10/ 2020hrs/ 중앙 시네마
지금은 기억도 희미해진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금요일 밤이 되면 작은 방의 텔레비전에 착 달라붙어 그야말로 본방을 사수했던 미제 드라마가 있었으니,
이름하야 「트윈 픽스」였다.
솔직히 처음에는「마지막 황제」에 만주국 황후로 나와서 어린 내 마음에 불도장을 찍어버린
조안 첸 아주머니가 나온다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해 보면, 미제 문화 컨텐츠에 탐닉하는 내 취향이 「트윈 픽스」때문에 만들어진 것 같다.
가공의 마을을 무대로 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스토리에 매료되다 보니
다음 단계는 자연히, 그리고 당연히 스티븐 킹(……)이었지.
휴우…… 세상에 얼마나 빠져들었으면 드라마 배경음악 테이프를 다 샀겠냔 말이지.
어쨌거나, 「트윈 픽스」 이후 한동안 데이비드 린치라는 이름을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블루 벨벳」을 보고
아…… 이 감독은 좀 본격적으로 이상한 사람이구나……
라고 결론지은 후로 데이비드 린치에게는 관심을 끊고 살았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중앙 시네마에서 '마지막 스크린, 추억을 만나다' 기획전을 한다는 걸 알았다.
상영작 목록에 들어 있는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예매를 끝낸 후였다. 캬……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전에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보면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분석하려고 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중앙 시네마의 아늑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마음을 놓고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무엇을’과 ‘어떻게’는 둘이 아니라 하나였다.
데이비드 린치는 이 말도 안 되는 작업을 멋들어지게 해냈다.
아무래도 DVD를 사야겠다.
항상 늦게 발견하고 더 늦게 깨닫지만, 그래도 온전히 내 걸로 만들면 그만이니까.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 「강(The River)」으로 감상을 대신한다.
이제 그 기억들이 돌아와 나를 괴롭히네
저주처럼 나를 따라다니네
이루지 못한 꿈은 거짓말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지독한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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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관람 예정작: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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