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들은 하드커버 꿈을(또는 꿈만) 꾸는가

양장본이 더 잘 팔리는 나라 초록불 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 색글씨는 원 포스팅에서 인용.


1. 정장 VS 캐주얼 - 정장 Win?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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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랬던 거다. 책값이 비싸네 뭐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 양장이 아니래도 좋으니, 표지에 공을 들이지 않아도 좋으니 뭐니 하면서 외국처럼 값싼 페이퍼백 처럼 책값이 싼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사람들은 이 결과를 눈여겨 봐야 한다.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싼 책보다 뽀대나는 책이 더 잘 팔린다는 것.

『완득이』는 처음부터 하드커버와 페이퍼백, 두 가지 판본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출판사 측의 의도는... 좋은 뜻으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독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줬으니까요.
그런데. 혹은 그러나.
독자가 책을 사는 곳은 출판사가 아니라 서점입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제가 본 바에 따르면 서점들은 하드커버를 파는 데 열중하더군요. 

먼저 온라인서점, 그중에 포스팅에서 인용하신 알라딘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원 포스팅에 덧글로도 남겼습니다만, 알라딘 검색창에 완득이를 쳐볼까요. 다 치기 귀찮으니까 ‘완’만 쳐보죠.
첫 번째에 하드커버 ‘완득이’가 뜹니다. 책 표지사진 및 간략한 서지사항도 함께 뜨죠.
두 번째에 ‘완자 고등국어 - 상 - 2009’가 뜨고
세 번째에 비로소 페이퍼백 ‘완득이 - 창비 청소년문학 08’이 뜨죠.

예스 24는 다들 아시다시피 검색창 자동 완성 기능이 좀 묘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완’을 쳤더니 뜬금없이
첫 번째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나오고(-_-)a
두 번째에 ‘완득이’(하드커버)가
세 번째도 ‘완득이’(페이퍼백)가 뜨네요.
그런데 예스 24의 이 메뉴에는 똑같은 제목 두 개와 비슷한 표지사진만 나오고 서지사항이 없으니 모양새가 좀 이상하지만 그건 넘어가고요.

검색창 자동 완성 기능의 함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드커버가 첫 번째에 덜렁 뜨는 건 등록 순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꺼번에 두 판본이 다 뜰 수는... 글쎄요. 이 부분은 제가 아는 바가 없으니 말을 삼가는 게 좋겠군요.
그럼, 위에서 살펴본 검색창의 함정과 세일즈 포인트가 무관할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검색 결과가 그대로 세일즈 포인트에 반영되었다고 보는 쪽이 타당하겠죠.

오프라인은 그 많은 『완득이』 이벤트 매대가 하드커버로 뒤덮였다더라는 말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첨언하자면 서점 입장에선 1,000원 아니라 100원이라도 비싼 책을 파는 쪽이 더 이익이라는 말만...

싼 책보다 뽀대나는 책이 더 잘 팔렸다면 이유를 생각해 봐야겠죠. 그런데 파는 사람이 어떻게 파는지를 간과하고 『완득이』의 알라딘 세일즈포인트를 근거로 우리나라 독자들의 현실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2. 모험과 현실 안주 - 출판사는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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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하게 글을 오해할까 싶어 부연해서 적자면, 나 역시 겉모양 질이 좀 떨어지더라도 값싼 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밝혀놓는다(그래서 나도 눈여겨 봤다). 하지만 결국 시장에서 선택하고 있는 것은 뽀대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출판사가 모험을 할 수는 없다는 것. 그것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하드커버 - 페이퍼백 두 판본의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를 눈 여겨 보라면 전 오히려 후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신문이나 각종 매체의 소개글을 보면 처음부터 두 가지 판본으로 발간했다는 사실이 끝에나마 명시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건 창비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들어 있었겠죠.

그렇다면. 혹은 어쩌면.
페이퍼백을 구매한 독자들 가운데 이를 ‘알고 있었기에’ 두 판본 가운데 페이퍼백을 고른 사람이 많다고 보는 건 어떨까요?
원 포스팅에 예로 적시된 알라딘의 경우 검색창에 완득이를 입력하여 구매한다면 하드커버를 고를 확률이 현저히 높거든요.
언젠가 알라딘 측이 이벤트 페이지를 만들어서 메인에 광고를 띄운 적이 있었습니다만, 거기서도 하드커버-페이퍼백 두 가지가 있다는 사실은 그리 크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지면 광고와 마찬가지로 구석에 조그맣게 들어갔죠. 알라딘 자체에서 이를 명시한 경우는 편집자 추천 메뉴에 언급된 내용이 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알라딘에서 페이퍼백을 구매한 독자는 두 가지 판본이 있다는 사실을 숙지할 만큼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 즉 출판계 용어로 말하면 타겟 독자 내지는 핵심 독자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드커버는 오히려 확산 독자 내지는 2차 독자, 즉 ‘완득이가 유명하다면서요? 소문 듣고 사러 왔습니당[^ㅇ^]’ 같은 구매 양태를 보이는 독자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 같네요.

이렇게 볼 때, 캐주얼을 입은 완득이가 저만큼 팔렸다는 건 오히려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질이 좀 떨어지더라도 값싼 책을 선택한 독자들이 저만큼 있다는 얘기니까요.
사실 이 점은 알라딘만 놓고 얘기하기가 좀 뭐한 게, 알라딘 이용자들의 성향이 특이하단 건 웬만큼 알려졌죠.
심지어 신간이 나오면 구매 담당자들 사이에서 ‘이건 알라딘용 책이네’ 하는 소리까지 돈다니 뭐, 말 다했죠.

그런데. 혹은 그럼에도.
출판사가 페이퍼백 발간을 주저하거나, 혹은 아예 하지 않으려 든다면, 이유가 뭘까요?
도서 시장 전체로 확대하면 판이 너무 커지니까 소설 시장에만 한정해서 얘기해 볼까요.
간단하죠. 하드커버로 계에에에속 내야 이익이 더 나니까.
솔직히 까놓고 얘기해서 실제본이든 떡제본이든, 추가로 발생하는 공임보다 가격을 비싸게 매겨서 남기는 이익이 훨씬 더 크잖아요.
초판 수십 쇄가 나올 때까지 페이퍼백을 안 내고 하드커버만 낸다면, 그건 그냥 남겨 먹으려고 작정한 거라고 봐도 무방하죠.
실제로 판권 면에 ‘재판 1백 수십 쇄’를 자랑스럽게 찍고 하드커버만 나오는 책들이 한둘이 아니니 뭐... 어휴.
적어도 완득이만큼 팔린 책은, 팔 만큼 팔았으면 페이퍼백으로 발간해서 가볍게 만드는 게 독자들에 대한 배려죠. 창비는 잘한 거라고 봐요. 그런데 도서 시장의 다른 주체들, 즉 서점과 총판도 그럴 의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약하면,
적어도 『완득이』의 사례만 놓고 보면 결국 시장에서 선택한 것은 초록불 님 말씀마따나 뽀대인데, 그 선택을 조종한 건 서점이란 말이죠. 독자가 아니라.
쓰다 보니 드는 생각 하나는, 초록불님이 하고 싶어 하시는 얘기는 정작 완득이 얘기가 아니라 페이퍼백 시장 얘기가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완득이』의 성적이 의미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힘들어서,

이렇게 적습니다. 끝.

by 스르륵 | 2008/12/08 17:47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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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초록불 at 2008/12/08 19:08
별다른 이의사항은 없습니다. 그렇게 보실 수도 있죠. 근데 어느 분이 달았던 댓글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완득이의 경우 양장-반양장이고 반양장을 페이퍼백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죠. 제가 아는 한은 90년대 이후에는 페이퍼백을 낸 출판사가 없는 걸로 기억합니다. (더구나 90년대의 페이퍼백이라 부를 물건도 사실은 판형을 줄인 반양장이나 마찬가지 책이었습니다만...)

그리고 물론 이것도 제가 댓글에서 달았지만 위에 인용한 문구를 읽으면 완득이의 경우를 양장-페이퍼백의 사례로 오해할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합니다. 저 말은 사실은 시공을 뛰어넘은 한탄이라... 길게 설명할 일은 아니겠네요. 언제 여유가 좀 생기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죠.

글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지원 at 2008/12/08 23:42
괜히 별 생각 없이 글 올렸다가 여기저기서 욕먹고 처발리는 게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글 내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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